애플 제품 매장.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폭스콘이 운영하는 중국의 아이폰 조립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여전히 장시간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채용에서 소수민족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노동권 감시 단체가 발표했다.
25일(현지시각)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노동권 감시단체인 차이나레이버워치는 ‘폭스콘 정저우 조사’ 보고서를 내어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 있는 애플의 아이폰 조립 공장에서 직원들이 불안정한 노동 조건 아래에서 심각한 노동권 침해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콘은 대만의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 업체로, 중국에 여러 공장을 두고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때부터 위탁 생산을 하고 있다. 정저우 공장은 세계 최대 아이폰 조립 공장 대출상담센터 으로 꼽힌다. 이 공장에선 2010년 18명의 노동자 연쇄 자살이 발생했고, 2022년 코로나19 대유행 때 공장 내 전염 확산으로 20만여명의 노동자가 탈출을 감행하기도 했다. 당시 보너스 미지급 문제로 대규모 시위도 있었다.
보고서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이 법정 상한선을 초과해 파견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파견 노동자 국가장학금 생활비대출 를 임시·보조 직무에만 한정해 채용하도록 하고, 비율을 전체 노동자의 10%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아이폰 신규 제품 출시를 앞둔 성수기에 20만명을 추가로 고용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파견 노동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채용 과정에선 소수민족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단체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위구르, 티베트족 하남미사지구 등 소수민족은 ‘민감하다’는 이유로 채용이 배제되고 있다”고 짚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폭스콘과 계약된 인력 파견업체 관계자를 인용해 “폭스콘이 공식적으로 소수민족 채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두고 있지 않지만, 이력서를 채용 시스템에 제출하면 자동으로 거절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소수민족이 (중국 인구의 91%를 차지하는) 한족 노동자들과 갈등을 일으킬 상호신용금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 때문에 채용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 지급 지연과 초과 노동도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 꼽혔다. 아이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빠른 채용이 필요한 폭스콘 쪽은 노동자들에게 최대 9800위안(약 195만원)의 입사 보너스를 지급하지만, 이는 90일 근무해야만 수령이 가능했다. 25~28위안(약 5천~5500 특이사항 특기사항 원)의 시급도 기본급 12위안(약 2400원)을 제외한 급여는 다음 달 25일까지 일해야 지급하는 식이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의 월 초과근무 한도는 36시간이지만, 폭스콘 노동자들은 성수기에 65~130시간을 초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에서 실습을 위해 배치된 학생 노동자는 더 열악한 노동 환경 아래 놓였다. 보고서는 18살 학생 노동자 리아무개는 시급 12위안, 월급 3000위안(약 59만5천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는 햇빛을 거의 못 보는 채 생활하고 있고, 임금이 부족해 굶기도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별도로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냉방·온수·오락 시설 등의 면에서 폭스콘의 노동 노건이 다른 업체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레이버워치는 2019년에도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 발생한 노동 문제를 지적했고 애플은 시정을 약속했다. 올해 3~9월 정저우 공장 노동실태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리창 차이나레이버워치 대표는 “애플이 지난 10여년간 근무 환경 개선을 여러 차례 약속했는데도 우리의 조사 결과 핵심적인 노동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애플의 공급망은 여전히 방대한 일회용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플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직후 “현장에 인력을 파견해 즉각적인 조사를 시작했다”며 “노동·인권·환경에서 최고 기준을 확고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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