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중도 성향 의원들이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중단)을 끝내기 위한 상원 임시예산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면서, 당 안팎에서 고령 의원들에 대한 불만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7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의 의회 의사당 / UPI=연합


1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이 큰 선거 승리를 거둔 뒤 조성됐던 ‘단결’과 ‘좋은 분위기’는 일주일도 채 가지 못했다”며 “워싱턴 고령 지도부를 향한 민주당 지지층의 불만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임시 예산안을 찬성 60표, 반대 40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차지해 단독으로는 가결정족수(60석)를 달성하지 못하지만, 무소속 앵거스 킹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중도 성향 의원 8명이 찬성표에 힘을 실었다.
전날 진행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 행 방해) 종료 동의안 표결 역시 민주당 의원 8명이 찬성하면서, 찬성 60표·반대 40표로 가결됐다. 민주당 중도 성향 의원들은 셧다운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커진 데다 공화당의 설득 공세가 이어지자 입장을 바꿨다.
이번에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은 무소속 앵거스 킹(81·메인) 외 일리노이의 딕 더빈(80), 뉴햄프셔의 진 샤힌(78 ), 네바다의 재키 로젠(68), 버지니아의 팀 케인(67), 뉴햄프셔의 매기 하산(67) 등 대부분 고령이다.
샤힌과 더빈 의원은 내년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지만, 나머지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대부분 70대가 된 뒤 의정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NYT는 “재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진 보 성향 유권자들은 나이가 많은 민주당 정치인이 지지층이 싫어하는 선택도 훨씬 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지적했다.
젊은 진보 후보들을 지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 ‘런 포 썸씽’을 이끄는 아만다 리트먼은 “이게 바로 노령 지배(gerontocracy)의 문제”라며 “다시 선거를 치르지 않는 고령 의원들이 의회를 주도하 면 유권자들의 실제 요구와 완전히 괴리된 결정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은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슈머 역시 74세로 고령 의원에 속한다. NYT에 따르면, 진보 진영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슈머는 더 이상 트럼프와의 싸움을 이끌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평가가 형성돼 있었다.
민주당 소속 미시간 주 상원의원 말러리 맥모로우는 “일부 상원의원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에 기대어 국정을 운영할 뿐, 지금의 새로운 정치 환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ABC뉴스는 “민주당 전국 지도부의 높은 연령과, 그들이 당의 지지 기반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은 몇 년째 당을 뒤흔들어 왔다”고 전했다.
민주당 고령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1942년생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고령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선 도전을 고집하다 뒤늦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 세대교체 요구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음에도 이번 표결에서 중도파 의원들이 이탈하면서 다시 분열되고 있다.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은 “민주당 의원 8명이 공화당과 함께 표를 던졌다”며 “이번 표결은 매우,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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