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비 연출가. 사진=성남문화재단


"이번 작품은 어린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었던 기억과 순수의 바람을 다시 일으키는 작업이었다. 우리가 겪어보지 않은 전쟁이라는 순간에 존재했던 아이의 마음을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오는 14·15일 성남아트리움 대극장에서 초연하는 '바람의 노래'의 연출을 진행한 조은비 연출가는 이번 공연이 보는 이들의 순수한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성남문화재단 창작 오페라 '바람의 노래' 포스터. 사진=성남문화재단


'바람의 노래'는 성남문화재단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창작 오페라로 1980년대 초부터 성남에 정착해 민족의 정서와 감성을 노래해 온 항일 작곡가 박태현의 주요 동요 작품 '산바람 강바람' 등을 소재로 만든 공연이다.
조 연출은 "동요와 오페라라는 장르의 만남이 낯설 수 있지만, 오히려 박태현 작곡가의 익숙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이 더 쉽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사를 풀어내는 것도 여러 방식이 있는데, 이 작품은 동요의 순수함과 천진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동요의 멜로디 라인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작품의 모티브와 서사는 화성적 언어로 풀어내 주인공의 감정과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조 연출의 설명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를 연출 콘셉트로 설정했다는 조 연출은 작품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현실 속 환상 세계는 영상으로 표현되는 레이어로, 그리고 눈을 뜬 고아원을 현실의 세계로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서 '동요'가 지니는 역할도 강조했다. 조 연출은 "'동요'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봐도 될 만큼 여러 역할과 의미가 있는 존재"라며 "표면적으로는 아름답고 순수한 노래로 들리지만 때로는 엄마를 기다리며 부르는 기도, 그리워하는 울부짖음, 잠들기 전 자장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 러면서 이번 작품을 연출하며 생긴 고민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주인공인 아이 역할을 성인 배우가 맡아 느껴질 수 있는 괴리감과 아이처럼 보이기 위해 이질적으로 연기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어떤 음악적 톤으로 관객에게 다가가야 할지에 대한 부분은 공연 전날까지도 계속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쟁의 폐허와 맑은 노랫소리, 참혹함과 자연의 생명 등 대비되는 이미지를 주제로 삼는 작품을 위해 그는 '공존의 역설'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폐허와 동요, 참혹함과 자연 같은 것들은 역설적으로 결국 공존하고 있는 존재"라며 "작품에서도 이런 것들을 충돌하는 것이 아닌 공존의 의미로 해석해 이런 세계를 동시에 드러냄으로써 메시지를 더욱 극명하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작품 내내 상황의 대비를 묘사해 우리가 겪지 않아 본 전쟁이 과거에 분명 존재했던 현실임을 자각시키려 시도하는 동시에 폐허 속에서 동요를 부르는 행위가 환상이나 도피가 아닌 아이만의 언어로 인식되길 바랐다는 의도도 밝혔다.
성남시립예술단 등과 이번 작품을 함께 작업한 의미도 설명했다. 조 연출은 "성남시립예술단과 함께한 이번 작업은 지역에 있는 모든 요소를 하나의 문화적 정서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과정이었다"며 "결과적으로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기에 이번 작품은 지역과 함께 만든 공연이라도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조 연출은 "'바람의 노래'는 박태현의 일대기나 삶이 아닌 그의 작품에 집중한 공연"이라며 "이번 무대를 통해 보는 분들이 어린 시절의 감각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도 기자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