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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입은 아이들이 혈압약이나 당뇨병약을 처방받는 시대가 왔다.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해상 교수의 최근 미디어 세션 발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주변 국가에 비해서도 심각한 상황이다. 5~19살 남아의 과체중·비만율은 43.0%, 여아는 24.6%로 중국, 일본, 대만을 모두 앞질렀다. 10대 남학생 두 명 중 한 명이 비만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합병증이다. 청소년 비만의 약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고혈압, 당뇨병,평창올림픽수혜주
지방간 등 대사질환의 출발점이 될 뿐 아니라, 자존감 저하·불안·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2024년 발표된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 의료서비스 강화 방안’ 연구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드러냈다. 비만으로 진료받은 청소년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미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한 릴게임황금성
가지 이상의 대사질환을 동반하고 있었다. 성인병이라 불렸던 질환들이 이제 10대의 병이 된 것이다. 이해상 교수는 “청소년기에 형성된 비만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비가역적인 건강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환경 변화와 더불어 전문가의 치료 개입도 필요하다. 그러나 청소년 비만 당사자와 보호자들은 카카오릴게임
비만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높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홍용희 교수는 “청소년 비만을 일시적이거나 개인의 문제로만 보는 인식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국제 공동연구 ‘액션 틴스’(ACTION Teens)의 한국 분석 결과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국 청소년과 보호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비황금주식
만임을 알고 있었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본 비율은 청소년 70%, 보호자 62%로 의료진(87%)보다 낮았다.
더 큰 문제는 ‘책임’에 대한 인식이다. 청소년의 80%는 체중 감량을 ‘개인의 책임’으로 여긴 반면, 보호자는 45%에 그쳤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청소년은 체중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해 낙인을 주식시장개장시간
내면화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비만 치료를 위해서는 근거 기반의 관리 지침과 전문가 개입이 필수적이지만, 비만을 개인 책임으로만 돌릴 경우 대상자들이 전문 병원을 찾아 진료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소년의 80%가 체중 감량을 시도했지만, 보호자 중 60%만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의료진은 더 심했다. 비만 청소년의 35%만이 체중 감량을 시도한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혼자 싸우고 있었고, 어른들은 그 사실조차 몰랐다는 의미다.
청소년 비만 증가의 배경에는 신체활동 부족도 자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은 계속 증가했지만,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2024년 기준 남학생 25.1%, 여학생 8.9%에 불과하다. 남학생 4명 중 3명, 여학생 10명 중 9명은 충분히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학교 기반의 아동·청소년 신체활동 활성화를 위한 과제’ 연구를 이끈 김수경 부연구위원은 학생, 학부모, 교육 현장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문제점을 파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신체활동은 학생들의 전반적 생활양식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체육교과와 스포츠 활동 활성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내 공간과 시설, 인력이 부족하고,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낼 전략도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였다.
그는 특히 “학생들의 신체활동이 체육교사의 단독 책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영양교사, 보건교사, 타 교과 교사 등 학교 내 다양한 인력을 하나로 모을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부연구위원은 ‘학교 기반’ 접근법을 제안한다. 학교가 중심이 되되 가정과 지역사회의 자원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가정에 신체활동 숙제를 내고, 가정에서는 학생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학교는 전체 학생에게 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 보건소는 토요 체육 프로그램을 통해 비만 학생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는 또한 기존 제도의 활용도 강조했다. “체력 측정과 처방이 결합한 시스템으로 기획된 학생건강체력평가(PAPS)의 본래 취지를 살려서, 기존 학교 스포츠클럽 등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측정 결과를 프로그램 효과성 평가에 활용하고, 보건 당국이 개입해 프로그램 구성, 인력 지원, 평가 등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 교수 역시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소아비만 국가책임제’처럼, 청소년 비만은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정부가 함께 건강한 체중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청소년 비만 치료의 기본은 식사·운동·행동 교정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이다. 그러나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조절이 어렵거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경험 있는 전문의 판단 아래 12살 이상부터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