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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듯 미소지으며 사람은 사람은 되어서야 다가서더니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의 공동소장 임윤옥 전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오른쪽), 이영희 노무사가 16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전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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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에는 ‘노동’이 비어있고 ‘노동’에선 ‘성평등’이 배제되고. 누군가는 ‘성평등 노동’ 이야기를 떠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여성노동자를 수십년 지원해온 현장 활동가, 연구자 등 7명이 뭉쳐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이하 소소)를 만든다. 지금껏 여성연구소나 노동연구소는 있어도 ‘성평등 노동’에 특화한 연구체리마스터 비법
소는 최초다. 오는 23일 소소 창립식을 앞두고, 임윤옥(63)·이영희(49) 공동소장을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이들은 “지금은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를 지켜냈다, 성평등부로 확대됐다’는 기쁨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소소 창립의 ‘결정적 계기’로, 이재명 정부의 첫 정부조직 개편에ELF
따라 고용노동부의 고용평등 정책 일부를 성평등부로 이관한 일을 꼽았다. 지난달 12일 임 소장은 ‘젠더와 노동 세미나’에서 “성평등 노동 관점에서 정부·여당의 결정이 매우 우려된다”는 고민을 나눴다. 고용·노동 정책을 총괄·집행하는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성평등부에 “귀찮은 일을 떠밀고 내부 고용평등 업무를 한층 주변화, 잔여화할 낌새”가 보여서다. 앞서 이500만원주식
정부의 국정과제 속에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이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 정도에 불과한 점도 걸렸다. 임 소장의 우려에 깊이 공감한 이들이 소소 창립 멤버가 됐다.
임 소장은 학생운동 출신으로 부평4공단 여성 노동자로 일했다. 1991년 인천여성노동자회 상근활동가로 시작해 2019년 1월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직 퇴임까지 2온라인 릴게임
8년여를 여성노동 운동가로 살았다. 공인노무사인 이 소장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 등으로 활동했다. 두 사람은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의 주무부처인 노동부에서 지난 38년여 동안 성평등 행정이 어떻게 소외돼 왔는지를 직접 만난 수많은 여성노동자의 삶을 통해 체감해왔다. 정부 조직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노동부 ‘최신 인터넷게임
고용평등국’, 각 지역 노동청의 ‘고용평등과’ 등이 폐지됐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복원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고용평등상담실’마저 없앴다.
노동부의 ‘여성고용정책과’가 그나마 명맥을 이어왔지만,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서 성평등부 확대와 함께 이마저도 노동부 조직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규율 등을 포함해 전국 수백만 일터를 감독할 인력·조직(지역 노동관서)·권한은 여전히 노동부가 쥐고 있는데, 이러한 ‘손발’이 하나도 없는 성평등부에 ‘머리’만 일부 옮겨간 모양새다. 두 사람이 ‘성평등부의 확대가 성별임금격차 해소, 성평등 노동 행정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에 ‘빨간불’을 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소장은 “대선 전후 여성·성평등 공약에 큰 목표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없어서 판단을 보류해왔는데 막상 (정부조직 개편) 내용을 보니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성평등부가 (노동부 업무를 일부) 가져가니 성별 임금격차 해소는 잘 될거야’라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부와 성평등부는 “서로 협업하면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고용평등과 여성 고용 정책이 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두 부처의 긴밀한 협업체계”를 넘어서 “범정부 차원에서 성별 임금격차 문제의 구조적 원인부터 직시하고 성평등부 뒤로 숨지 않아야 한다”고 짚었다. 우리나라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래 29년여 동안 성별 임금격차 분야에서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해왔다. 우리나라 성별 임금격차는 29.3%(OECD 평균 11.3%, 2023년 기준)이고, 전체 저임금노동자(월 186만원 미만, 2024년 8월 기준)의 70%가량이 여성이다.
임 소장은 “(성별 임금격차는) 채용부터 교육훈련·평가·승진, 퇴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성차별과 임신·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저임금 돌봄노동의 여성화 등이 복합적으로 집약된 결과”라며 “성별 임금격차 해소는 단순히 여성의 임금을 남성만큼 끌어올리자는 게 아니라, 문제의 이면에 있는 ‘남성 생계부양-여성 돌봄’이라는 성별분업화된 구체제 모델을 해체하고 새로운 삶과 노동의 세계로 옮겨가야 가능한 것임을 시민들과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도 “그동안 성별임금격차를 강조하며 운동했던 이유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사람들에게 들이밀 수 있는 너무나 명백하고 가시적인 수치인데가 이게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그야말로 생계 및 기본적인 삶의 질과 긴밀히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이라며 “마치 임금문제를 제대로 공시하기만 하면 해결될 것처럼 납작하게 이해하면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짚었다.



두 사람은 ‘3시 스톱’ 시위를 조직하는 활동으로 처음 만났다고 했다. ‘3시 스톱’ 조기퇴근시위는 여성노동자 단체들이 한국의 심각한 성별임금격차에 문제제기하고자 2017년부터 매년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진행하고 있다. 여성들이 오후 3시부터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임을 강조하는 의미다. 사진은 2020년 3월7일 전국여성노동조합 회원들이 ‘제4회 3시 스톱 여성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들이 ‘연구소’라는 형태를 택한 이유는 뭘까. 임 소장은 “40여년 동안 여성노동 활동가로 살아오면서 단체에 상담하러 오거나 일자리가 필요한 여성들을 만나며 우리 삶이 가장 확실한 텍스트라는 생각을 했다”며 “삶의 얘기는 사라지고 통계, 정책으로만 소통해야 하는 데 대한 갈증이 오래 전부터 생겼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 청년 여성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해, 위기 상황에서 크게 타격받는 취약한 이들의 죽음을 ‘조용한 학살’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연구소는 꾸준한 ‘말걸기’에 나선다. 연구소 이름 후보에는 ‘제발 다음 단계로 가자’는 의미의 ‘넥스트레벨’, ‘이제는 기본적인 얘기를 끝내고 도약을 하자’는 의미의 ‘도약’ 등이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가려진, 지워진 목소리/이야기를 계속해서 떠들자”는 의미로 ‘소소’가 뽑혔다. 임 소장은 “연구소 구호로 ‘소소하지만 사소하지는 않다’, ‘이제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를 생각한다”면서 “성평등 노동을 알지 않고서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는 물론 민주주의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향후 1년 정도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에 집중해서 다양한 삶·정책 의제를 발굴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창립식에서도 성별임금격차 해소와 성평등부의 역할을 주제로 첫 집담회가 열린다. 문의는 대표메일(equitysoso@naver.com)로 하면 된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