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회화’처럼 액체와 소리, 고체 안료가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결합된 설치 작품이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과 어우러져 변화하는 색채의 본질을 표현한다.


보석의 역사는 곧 빛과 색채의 이야기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돌 속의 빛에 의미를 부여했다. 요컨대 루비의 붉음은 생명과 열정, 사파이어의 푸름은 신성함과 냉정, 에메랄드의 초록빛은 재생과 균형, 다이아몬드의 투명함은 완전함과 영원을 상징했다. 열거된 색채와 나름의 의미는 문명과 시대를 넘어 전승됐고 미의 문법으로 굳건히 다져졌다.
릴짱불변의 믿음과 다름없던 엄숙한 규범에 균열이 일어난 것은 20세기 중반이었다. 당시 하이 주얼리는 플래티넘 소재와 단색 위주의 제한적인 디자인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고착화된 문법에 불가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옐로골드에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대담하게 조합한 것이다. 준보석으로 여겨졌던 아메시스트, 시트린, 튀르쿠아즈 등의 컬러 야마토게임연타 젬스톤도 과감히 활용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불가리는 단면을 날카롭게 쪼깨는 관행에서 벗어나 표면을 곡면 형태로 연마하는 카보숑 컷으로 빛의 굴절을 구현해 색의 밀도와 깊이를 극대화했다.
이른바 색채 혁명. 보석의 표면 장식에 그쳤던 색채를 조형 언어로 끌어올린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대담하고 선구적인 컬러 스펙트럼은 미학적· 기술적 릴게임꽁머니 모험을 넘어 불가리의 고유 스타일로 거듭났다.



다채로운 색채 미학으로 전시 주제를 집약적으로 상징한 ‘원 오브 어 카인드 소투아르’.


그리고 지금, 불가리의 색채 문법이 도쿄 한복판에서 웅장한 스케일로 펼쳐지고 릴게임몰 있다. 지난 9월 불가리와 도쿄국립신미술관은 〈불가리 칼레이도스: 색, 문화 그리고 공예〉전을 함께 개최했다. 오는 12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약 350점의 하이 주얼리와 아카이브, 현대미술 작품을 한 공간에 응축해 불가리의 140년 색채 여정을 거대한 만화경처럼 보여준다.
전시명에 등장하는 ‘칼레이도스(Kaleidos)’는 아 바다이야기게임 름다움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칼로스(Kalos)’와 형상을 뜻하는 ‘이도스(Eidos)’에서 비롯됐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색채와 형태의 조합이 만드는 아름다움을 가리킨다. 이름처럼, 전시는 19세기 후반 실버 공예에서 출발해 20세기의 대표 컬렉션 그리고 동시대 아티스트의 작품까지, 색채를 중심으로 진화해 온 불가리의 미학을 하나의 동선에서 선명하고 생동감 있게 재구성했다.



색채를 중심으로 진화해 온 불가리의 컬러 스펙트럼과 다름없는 전시 공간.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빛의 온도. ‘눈부시다’는 표현이 타당한 주얼리 작품들이 반사하는 색채의 결은 단순히 보석의 빛깔을 넘어 감정의 파장을 만들어냈다. ‘색채의 과학’ ‘색채의 상징성’ ‘빛의 힘’. 세 개의 챕터로 도쿄국립신미술관의 방대한 공간을 채운 컬러플한 마스터피스는 불가리가 오랜 세월 얼마나 정교하게 색을 다뤄왔는지 시각적 논문처럼 보여준다. 그 안에서 서로를 비추는 찬란하고 생동감 있는 색채의 향연이란.
첫 번째 챕터 ‘색채의 과학’은 대표 주얼리 작품을 통해 색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1940년대의 시트린 브레이슬릿은 골드와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조합으로 로마의 황금빛 석양을 연상시키는 오렌지 스펙트럼을 구현했다. 한편 1954년에 탄생한 플래티넘 뱅글은 카보숑 사파이어와 루비,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붉은색과 푸른색의 대비를 극적으로 연출했다. 다음 챕터는 ‘색채의 상징성’. 이곳에서 주얼리의 색채는 문화의 언어로 기능한다. 이를테면 에메랄드는 평온을, 다이아몬드는 영속을 상징한다. 1961년 배우 모니카 비티,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착용한 네크리스 ‘세븐 원더스’는 그런 상징의 결정체. 일곱 개의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마스터피스가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의 대표작으로 언급되는 이유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챕터 ‘빛의 힘’에서는 색채가 존재하기 위한 본질적 요소, 즉 빛 자체를 탐구한다. 반사율이 높은 골드, 실버와 빛이 빚어내는 색채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파편처럼 흩뿌리는 반사광이 전시 공간에 보이지 않는 리듬을 연출했다. 그 정점에서 1969년 제작된 원 오브 어 카인드 소투아르가 있다. 브레이슬릿으로도 변경할 수 있는 긴 형태의 목걸이로 아메시스트, 튀르쿠아즈, 시트린, 루비,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등의 다채로운 세팅은 이번 전시의 만화경적 정신을 집약적으로 담아냈다.









1940년경 제작된 시트린 브레이슬릿의 색채 디자인은 로마의 황금빛 석양을 연상시킨다.





1940년경 제작된 시트린 브레이슬릿의 색채 디자인은 로마의 황금빛 석양을 연상시킨다.








일곱 개의 장엄한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전설적인 플래티넘 네크리스 ‘세븐 원더스’.





일곱 개의 장엄한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전설적인 플래티넘 네크리스 ‘세븐 원더스’.

미술관을 벗어나자 빛의 여운이 따라 나왔다. 보석 표면에 스쳤다가 사라지는 컬러플한 빛의 궤적은 불가리가 탐구해 온 색채의 본질을 조용히 전했다. 빛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색채의 형태는 시시각각 변주된다. 불가리는 그런 변화를 다루는 방식을 안다. 기술보다 감정으로, 장식보다 구조로, 유행보다 시간의 언어로. 그런 점에서 색채는 불가리에게 감정과 시간, 기술과 철학을 하나로 엮는 문법이다.

불가리 CEO 장 크리스토프 바뱅은 “불가리는 색채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시간을 초월하는 힘을 지닌다고 믿어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불가리의 유산을 기념하고, 브랜드의 색채 여정에 있어 또 다른 장을 여는 계기”라고 전했다. 전시 〈불가리 칼레이도스: 색, 문화 그리고 공예〉는 불가리의 과거를 기리는 회고전에 머무르지 않는다. 색을 통해 문화적 유산과 장인 정신을 재해석하는 현재진행형에 가깝다. 시대가 바뀌어도 불가리는 변함없이 빛과 같은 언어와 문법으로 세상과 대화할 것이다. 낭랑하고 다채롭게, 언제나 선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