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고엔지극장에서 열린 2025 도쿄국제농예술제 폐막식에서 총감독 마키하라 에리와 관객들이 두 팔을 들고 반짝이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 다카세 고키 ©2025 Deaf Arts Society of Japan


2025년 데플림픽이 15~26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었다. 농인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과 스포츠 자치권을 유지하고자 별도로 운영되는 가장 오래된 국제 장애인 종합경기대회다. 일본에서 데플림픽이 최초로 개최됨에 따라 수어와 농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일어 바다이야기슬롯 났다. 이에 도쿄국제농영화제가 도쿄국제농예술제로 확장하여 지난 6~9일 도쿄 고엔지에서 개최되었다.
‘수어의 거리’라는 이름을 가진 예술제에서는 극장을 비롯하여 역사 앞, 길거리 등에서 농연극, 농퍼포먼스, 농영화, 수어문학(VV·Visual Vernacular) 등이 상영·상연되었다. 수어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농인과 그들의 문화가 실재하 릴게임사이트추천 며, 농인의 문화적 또는 신체적 경험을 표현하며 향유하는 농예술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몸으로 감각하게 했다.



1995년에 초연되어 일본 전국 각지에서 50번 넘게 공연되었고 매번 매진 사례를 기록한 연극 ‘종착역으로의 궤적’. 사진 다카세 바다이야기예시 고키 ©2025 Deaf Arts Society of Japan


예술제에 도착하자마자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파를 뚫고 연극 ‘종착역으로의 궤적’을 관람했다. 무대에 의자 두개가 놓이고 두 사람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의 연극이었다. 한 남자가 표를 사서 열차에 탑승하고 그 모바일바다이야기 옆에 다른 승객이 앉는다. 알고 보니 둘 다 농인이었고 반가운 마음에 둘은 어디를 가는지, 어디를 거쳐 왔는지를 일본수어로 말한다. 국제 행사였기에 일본어와 영어 자막이 제공되었지만 대사 대부분이 자막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수어로 되어 있었다. 또한 일본수어는 한국수어와 비슷하기 때문에 한국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용이했다.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말끔한 수트를 차려입은 남자는 꾀죄죄한 차림의 남자에게 이 열차가 농인의 천국인 ‘데프 유토피아’로 향한다고 말하며 자신은 농인을 만날 때마다 그곳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반신반의한다. 수트를 입은 남자는 한 플랫폼에서 열차를 타지 않고 계속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성 노인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 6~9일 2025 도쿄국제농예술제가 개최된 도쿄 스기나미구 고엔지극장 전경. 다카세 고키 ©2025 Deaf Arts Society of Japan


한 농인 여성이 청인 남성과 결혼을 했다. 아내가 불을 사용하여 요리를 하고 방을 따뜻하게 데우려고 하자, 남편은 듣지 못하니 위험하다고 자신이 올 때까지 절대 불을 쓰지 말고 가만히 집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아내는 그 말을 듣고 순종하여 남편을 기다린다. 그렇게 아이를 낳고 남편이 올 때까지 추워도 배가 고파도 기다리며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를 두고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밖에 나가 장을 봐 올 테니 아내에게 집에서 기다리라고 말한다. 아내는 나도 밖에 나가보고 싶다고, 나도 나가서 먹을 것을 같이 사면 안 되느냐고 묻지만 거절당한다. 너는 들리지 않으니까 밖에 나갈 수 없다고,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남편은 말한다. 아내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밤이 되고, 동이 트고, 다음 날이 되고, 또 그다음 날이 되어도 남편과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들을 수 없는 사람은 나갈 수도 없고 불을 쓸 수도 없다는 말에 춥고 배고픈 날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보낸다. 그렇게 그 여성은 농인의 천국이 있다는 말에도 “나는 이곳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지난 6~9일 2025 도쿄국제농예술제가 개최된 도쿄 스기나미구 고엔지극장 앞에서 열린 북적이는 마르셰 전경. 사진 다카세 고키 ©2025 Deaf Arts Society of Japan


이 이야기를 일본수어로 보고 듣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음성 언어 중심 사회에서 “나중에 통역해줄게” “기다려” “이따가 말해줄게”라는 말을 계속해서 들어온 농인의 상황을 너무나도 적확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두명의 수어를 사용하는 화자가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데프보이스(농인이 내는 소리)를 내며 말하는데, 정말이지 집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농인 부모에게 수어를 배우고 시각 문화를 공유하며 농사회에서 살아왔던 나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야기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청인이 만들고 청인이 주인공인 서사에 청각장애인이 곁가지로 등장하는 예술이 아니라, 농인과 농문화가 중심인 서사에 농인의 언어인 수어로 펼쳐지는 농예술을 수많은 농인, 코다, 수어를 사용하는 공동체, 청인 관객과 함께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농인의 자녀인 코다로서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나는, 비로소 내가 자리해야 할 곳에 왔다고 느꼈다. 평생 도착하고 싶었던 곳에 당도한 기분이었다.
예술제에선 농경험에 기반하여 창작을 하는 코다들도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한국 작품으로는 한소리 감독의 영화 ‘소리의 소리’가 상영되었고, 일본 코다 감독 가와이 겐은 코다를 주인공으로 하여 농인과 쿠르드족 난민의 소동을 다문화적으로 접근한 코미디 영화 ‘수다쟁이들’을 상영했다.



지난 6일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고엔지극장에서 열린 2025 도쿄국제농예술제 개막식에서 관객들이 두 팔을 들고 반짝이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 다카세 고키 ©2025 Deaf Arts Society of Japan


이곳에 와서야 깨달았다. 농인과 수어 사용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경험은 충분히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농예술이 다채롭고 풍성하게 펼쳐지는 것을 볼 때 농인의 자녀로 자라온 나의 서사는 정확하게 구축되고 확장된다고.
3년 뒤에 개최될 다음 예술제에는 더 많은 한국 농인과 코다, 수어 사용 공동체 일원과 가고 싶다. 함께 풍성하고 찬란한 농예술을 감각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국에서 농예술제가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길보라/영화감독·작가·코다코리아 대표